우선은 공식적인 전자[1] 세벌식 자판의 가장 첫 판인 세벌식 390[2]에 대해서 다루고자 한다. 세벌식 390은 세벌식을 의미하는 숫자 3 90년에 발표되었음을 의미하는 숫자 세 자리로 구성되어있다. 390 이전에도 389라는 89년도에 발표된 것이 있었으나, 390의 발표로 389는 개발 단계 상의 자판이 되었다(현재 389 자판은 존재하지 않음). 우선 390 자판의 배열을 살펴보자.


 

Figure 2 세벌식 390

           위 그림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색깔일 것이다. 위의 자판은 크게 네 가지 색으로 분류가 되어있다. 위에서 초록색은 초성, 노란색과 주황색은 중성, 빨간색은 종성을 의미한다. 390에서 가장 눈 여겨 보아야 할 것[3]은 바로 숫자와 특수기호 입력이다. 숫자의 경우, Shift 키를 눌렀을 때 일반 글자판 위에서 입력이 가능한데, 키의 배열이 일반 키보드에 존재하는 숫자 키패드와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숫자를 상당히 유용하게 입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편리하다. 또한, 특수기호의 경우, 완벽한 호환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특수기호가 QWERTY에서의 배치와 같으며, 한글에서는 잘 쓰지 않는 세미콜론이나 슬래시가 안쪽으로 들어와있고, 자주 쓰이는 느낌표는 QWERTY 자판의 B의 위치에 놓여 숫자 1 자리를 눌러야 되는 두벌식 자판보다 훨씬 편리한 국어 타이핑을 할 수가 있다. 390 키보드는 이러한 이유로 한글과 영어 간의 타자 전환이 자유로워야 하는 프로그래머들로부터 상당한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390에는 세벌식 키보드 치고는 상당히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겹받침의 문제다. 390을 자세히 보게 되면 Shift를 눌러도 나오지 않는 겹받침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ㄳ 받침이다. 이러한 자판은 생각보다 자주 쓰이게 되는 받침 중에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390에서는 해당 키 값이 존재하지 않아 ㄱ 과 ㅅ 을 따로 타이핑을 해줘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심지어 이는 QWERTY자판 기준으로 X Q를 눌러야 하기 때문에 두벌식보다도 심한 비효율성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단점을 개발해서 나온 것이 바로 세벌식 최종[4] 키보드다. 최종 자판은 공 박사가 91년에 발표하여 391 자판으로도 불리며, 공 박사의 마지막 작품[5]이기 때문에 최종이라 불린다. , 최종이라고 해서 390보다 낫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뜻이다. 우선 최종 자판의 배열부터 소개를 하면 다음과 같다



 

Figure 3 세벌식 최종

 

           위의 표는 390 표와는 읽는 법이 약간은 다른데, 초록색은 오른손이 치는 부분, 따뜻한 색은 왼손이 치는 부분이다. 390과 가장 대비되는 점은 바로 겹받침의 입력과 특수문자, 숫자의 배치이다.


           우선적으로, 최종 자판엔 모든 받침이 존재한다. 모든 겹받침들이 Shift를 누르면 되는 곳에 할당이 되어있어, Shift 조합만으로도 모든 자음을 입력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390의 경우 ㄳ 를 입력하기 위해선 영타 기준 X Q를 입력하는 비경제적인 위치 이동이 필요했지만 최종은 Shift + V 라는 조합으로 간단히 해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최종 자판에서도 390과 같이 중성에 있어서는 조합으로 만들 수 밖에 없다. 그러한 이유로 최종 또한 모음 중 합성이 되는 모음의 경우는 / 9에 위치하여 왼손의 부담감을 최소화하였다.


           최종은 또한 특수문자와 숫자의 입력이 다르다. 이러한 점은 최종 자판의 단점 중 하나인데, 기본적인 문장 부호는 물론, 괄호의 종류와 위치가 바뀌었고, 숫자는 일렬 배열로 바뀌어 있다.[6] 이러한 배치는 QWERTY나 두벌식, 390과는 많은 차이가 있어 처음 익힐 때에는 상당한 인내심이 요구되곤 한다.


참고로, 세벌식 최종 자판은 필자가 현재 이용 중인 자판으로, 390을 쓰다 최종으로 넘어오게 되었다. 이유는 최종 자판에서의 겹받침 입력 때문이었는데, 390에서 얻을 수 있는 특수문자와 숫자의 장점은 최종 자판에 익숙해지면 상관이 없는 일이었고[7], 오히려 최종만의 다양한 종성 입력을 통해 훨씬 안정적인 한글 타자가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두벌식과 390, 최종을 모두 사용한 필자의 경험으로는 최종 배열이 한글 타자에 가장 적합한 배열이라고 생각한다.



[1] 앞서 말했듯, 공 박사는 40년대에도 세벌식 타자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기계식 수동 타자기에 적용된 것이라는 사실에 주목하자

[2] 세벌식 390 1950년대의 공병우 수동타자기에서 유래했는데, 사무용 자판으로 들어진 것이라 한다. 실제로 390자판은 영문자판의 기호를 대부분 담았고, 이는 VI환경의 PC에서 상당히 유용했다 한다. 이 자판은 나중에 3-2012자판으로 이어진다. 또한 古語입력을 위한 옛한글 자판이나 No-Shift 방식이 390을 베이스로 제작되었다. 390은 즉 세벌식을 적용한 범용 자판인 셈이다.

[3] 최종 자판과의 차이점들이다.

[4] 세벌식 최종의 경우 세벌식 390과는 달리 문장용으로 나온 자판이다. 일단 사무에서 쓰일 법한 특수기호들은 전부 제해진 데에 반해, 390에서는 없는 모든 받침들이 추가되었고, 문학에서 자주 쓰이던 꺾쇠 기호나 ※ 기호가 들어가있다. 실제로 391(최종)자판의 경우 문인들의 요구와 제안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는 3-2011자판으로 이어지게 된다.

[5] 공 박사는 391자판을 최종으로 돌아가셨다. 391이 공 박사의 최종 작품(遺作)이니 최종인 것이다. Last Version이지 Final Patch가 아니라는 것을 꼭 주의하고 명심하자.

[6] 필자는 개인적으로 최종 자판의 숫자 입력이 훨씬 편하다고 느껴진다. , 편하고 말고는 개인차가 존재하는 듯 하나, 일단은 불편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인 듯 하다.

[7] 심지어 영타로 바꿔서 쳐도 상관이 없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었다.

           다음부터는 본격적으로 세벌식에 대해서 설명을 할 것이다. 세벌식 자판은 두벌식 자판과는 다르게 그 계열과 종류가 상당히 다양한데, 이는 세벌식이라는 단어 자체가 한가지 자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초·중·종성을 구별해서 치는 방식을 의미[1]하기 때문이다. 두벌식 또한 자음과 모음으로 구별한다는 뜻에서 이름이 붙었는데, 두벌식은 한글 표준 자판이라는 명칭을 애초부터 달고 국가에서 제작한 자판이다 보니 다른 버전이 존재하지 않는다.[2][i] 한편, 세벌식은 십 수 가지에 달하는 종류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세벌식이라 함은 공병우 식 세벌식 자판을 의미한다. 본 글에서는 세벌식 자판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공병우 계열의 세벌식인 390 자판과 최종 자판에 대해서만 서술할 것이다.


우선적으로 모든 세벌식 자판의 특징이자 장점인 것들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지나갈 것이다. 세벌식 자판은 일반적으로 한글 창제의 원리를 담고 있다고들 말한다. , 한글의 특징이라 볼 수 있는 방식 중 하나인 초·중·종성 방식을 활용하였다는 것인데, 실제 타이핑을 해보면 한글을 쓰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세벌식 자판은 앞서 말했듯 초·중·종성을 구별해서 타이핑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구별은 한글 읽기와 같다. 처음 한글을 읽을 때 우리는 초성에 해당하는 자음, 중성에 해당하는 모음을 읽고 받침의 유무에 따라 받침 자리에 있는 자음을 읽어주는 방식을 취한다. 한글을 쓸 때에도 영어와 같이 일렬로 늘어놓는 것이 아닌 합치는 방식으로, 모양은 같아도 자리가 다르면 다른 소리 값을 주는 방식이다. 세벌식 타이핑도 이와 같다. 각 자리에 해당하는 값이 전부 따로 있기 때문에 도깨비불 현상이 일어나지도 않고 실제 한글을 쓰고 읽는 방식과 동일한 것이다. 다시 말해, 아무리 형태상으로 동등한 자음이더라도 초성이냐 종성이냐에 따라 해당하는 키 값이 다르다는 뜻이다. 이러한 구성은 모든 세벌식 자판에서 동일하며, 공병우 계열에서는 중성과 종성이 왼손, 초성이 오른손에 의해 타이핑되게 돼있다. 예시로, 모짜렐라[3]를 타이핑 한다면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ㅁ 입력

ㅗ 입력

모ㅈ

ㅈ 입력

모ㅉ

ㅈ 입력 (연타)

모짜

ㅏ 입력

모짜ㄹ

ㄹ 입력

모짜레

ㅔ 입력

모짜렐

(받침) 입력

모짜렐ㄹ

ㄹ 입력

모짜렐라

ㅏ 입력

2 세벌식 입력 과정

 

세벌식 입력은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우선 다음과 같은 점에서 유리하다.

1.     도깨비불현상이 일어나지 않아 모짤레라 등의 오탈자가 생기지 않는다.

2.     렐의 경우 ㄹ 을 같은 자리에서 왼손-오른손-왼손의 과정을 거치지 않아 편하다.

A.     이는 연타율을 줄여 피로도를 감소시킨다.

B.      도깨비불현상이 없는 이유가 된다.

C.      , , 종을 좌우로 나눠 놓은 자판이라 소위 드르륵이라는 리듬감이 생긴다.

                                  i.         두벌식은 왼--()이지만 세벌식은 무조건 오-왼이기 때문이다.

                                 ii.         연속으로 칠 경우 두벌식은 왼----오 와 같이 중복이지만 세벌식은 무조건 오---왼 식이 된다.[4]

3.     ㅉ 과 같은 쌍자음을 입력할 땐, 두 번 연타를 하면 되기에 Shift로부터 자유롭다.

4.     위에선 나타나지 않았지만, 종성 ㅆ 이 따로 배정되어있어, 문장 입력 시 용이하다.


세벌식 자판은 위와 같은 것이 가장 기본적인 장점이자 특징으로 작용한다. 만약 이 입력 순서와 방식을 두벌식에서 따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표로 적어보았다.


ㅁ 입력

ㅗ 입력

ㅈ 입력

몾ㅈ

ㅈ 입력 (연타)

몾자

ㅏ 입력

몾잘

ㄹ 입력

몾자레

ㅔ 입력

몾자렐

(받침) 입력

몾자렐ㄹ

ㄹ 입력

몾자렐라

ㅏ 입력

3 두벌식에 정상적인 한글 오토마타를 적용했을 경우

 

물론 이는 정석적으로 잘 타이핑을 했을 때의 일이고 ㄹ 을 두 번 연타할 때 손가락이라도 꼬이면 도저히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이 뭉개진 모짜렐라가 되어버리게 된다.


다시 세벌식으로 돌아와 말하자면, 이렇게 초성과 종성, 중성에 해당하는 키 값들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동시치기라는 것이 가능하다. , ‘한글이라는 단어를 입력할 때, 두벌식은 초성과 종성의 구분이 없기 때문에 각각의 순서를 잘 지켜서 쳐야 하지만, 세벌식에서는 어차피 키보드에서 초성과 종성을 구별하기 때문에 한번에 ㅎ 과 ㅏ , 그리고 받침 ㄴ 을 쳐주면 알아서 이라는 글자로 입력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입력이 가능하다. 이러한 입력 방식은 한글 입력 속도를 빠르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동시치기의 이해를 돕자면 다음과 같다.

 

입력방법

두벌식 결과

입력방법(받침)

세벌식 결과

++

++

++

ㅎ나

++

++

ㅏㅎㄴ

++

++

ㅏㄴㅎ

++

++

++

++

ㄴ하

++

4 두벌식과 세벌식의 동시치기 비교

 

동시치기를 하지 않은 세벌식 타자의 경우에도 초·종성 중복방지[5]와 모든 자·모음 구성이라는 특성을 이용해 두벌식 타자보다 향상된 작업속도를 보이며, 세벌식과 동시치기에 모두 익숙해지면 대체로 200%까지 향상된 속도를 보여줄 수가 있다고 한다.[6]


세벌식의 일반적인 특성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이제 세벌식의 다양한 종류 중, 공병우 계열의 세벌식 입력기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공병우 계열은 크게 세벌식 390과 세벌식 최종으로 구별이 되는데, 현재 세벌식 사용자들의 45%정도가 390, 45%는 최종을, 나머지는 기타 세벌식 자판(안마태, 신세벌식 등)을 사용한다. 공병우 계열에 속하는 390과 최종은 세벌식 자판의 주류인데, 약간의 차이점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본 글에서는 세벌식 자판의 주류인 390과 최종에 대해 다룰 생각이다.



[1] 네벌식 자판의 경우 첫닿소리/끝닿소리/받침 붙는 홀소리/받침 안 붙는 홀소리로 나뉘기 때문에 네벌식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2] 북한에서도 두벌식 자판을 사용하지만, 우리(KS X 5002)와는 다른 배열이며, 북한은 헌법상 괴뢰단체이기 때문에 두벌식의 또 다른 표준이 아니다. 그래도 궁금할 사람을 위해 참고자료 3에 첨부를 하였다.

[3] 필자는 치즈를 매우 좋아해서 설명에 부합하는 단어를 찾다 보니 저 단어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4] 이는 세벌식에서의 피로도가 낮은 이유가 된다. 필자는 왼쪽 손목에 피아노를 무리해서 치다 생긴 만성 염증이 있다.  때문에 장시간 타이핑을 하면 상당히 피로했었는데, 세벌식으로 바꾼 후에는 장시간 타이핑 후에도 별다른 피로감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5] 자음의 연타가 있을 때 도깨비불현상으로 인한 오타가 없다는 똣이다.

[6] 필자의 경우 270타에서 320타까지 향상되었는데, 피로감 또한 急減하였다.



[i]

참고자료3 북한의 두벌식 자판 배열(, 조선컴퓨터센터 )과 한국의 두벌식 자판 배열(아래)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한글 입력기에 대한 표준으로 두벌식 자판만을 채택하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쿼티 형식의 자판에선 두벌식 입력기를 사용하고 있고, 실제로 모든 운영체제(Windows, Mac OS X, 한글 입력을 지원하는 Linux 기반의 OS )는 전부 별도의 설정이 있지 않는 한 기본 한글 입력 값이 두벌식 자판으로 되어있다. 이렇게 공식 한글 입력기로 두벌식 자판이 채택된 것은 5 공화국 때이다.


           5 공화국 시절, 전두환 대통령은 타자기와 컴퓨터 등에서 사용되던 박정희 대통령 때의 네벌식 자판을 폐지하고, 새로운 표준을 만들 것을 지시하였고, 결과적으로 두벌식 자판이 표준으로 등재되게 되었다. 당시 신문기사를 보면, 네벌식에서 두벌식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많은 打者들과 速記士들이 고충을 겪었다는 기사와 함께, ‘각계각층의 전문가를 선임하여 제작한 가장 우수한 자판이라는 전두환 정부의 주장을 살펴볼 수가 있다. ‘각하의 이러한 표준 방침은 30년 가까이 된 지금까지도 유일한 표준으로써 존재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99.9%의 사용자들이 두벌식을 사용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하지만, 두벌식 자판과 꾸준히 싸워온 자판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세벌식 자판이다. 세벌식 자판은 공병우 박사가 한글 창제 원리에 기반하여 제작한 자판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40년대의 수동 타자기에서부터 그 효율성을 인정받은 자판이다. 제작자인 공병우 박사와 그의 단체인 한글 문화원은 두벌식 자판의 표준화 제정부터 현재까지 세벌식을 꾸준히 복수표준으로 채택할 것을 건의해왔으며, 공 박사의 창제 의의와 효율성을 앞세워 세벌식 자판의 보급에 앞장서고 있고, 나아가 세벌식 자판의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꾸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세벌식 사용자의 비율은 고작 0.1%를 웃도는 아쉬움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는 우선적으로 두벌식 사용자가 월등히 많아 세벌식 자체를 접하기 어렵다는 데에 있으며, 세벌식 배열이 찍혀있는 키보드는 판매조차 이뤄지지도 않고 있고, 실제 세벌식 사용자들 또한 한편으로는 번거로운 별도의 설정 작업을 해줘야 현재 환경에서 이용이 가능한 점 등이 있다. 다시 말해서, 공인 자판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으로 인해 세벌식 사용자는 크게 늘지 않고 있는 추세이며, 기존의 세벌식 전도사들조차도 세벌식의 보급화를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세벌식 자판의 우수성에 대한 설명 등을 통하여, 세벌식 자판을 소개하고, 세벌식 자판이 두벌식 자판과 함께 복수표준화가 이뤄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다룰 생각이다.


           우선적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두벌식 자판에 대해 짚어보고 넘어가자. 두벌식 자판은 모두가 기본적으로 머릿속에 넣고 있고, 심지어는 영어로 된 자판도 읽어낼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두벌식과 세벌식의 원활한 비교를 위해 익히 알고 있는 두벌식 자판을 다시 짚어보려는 것이다. 다음은 두벌식 자판의 배열표다.


 

Figure 1 한글 두벌식 자판(대한민국)

 

위 그림에서 알 수 있듯, 두벌식 자판은 왼손으로 자음을, 오른손으로 모음을 치게 되어있다. 자세하게 살펴보면, 자음은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예사소리, 유성음, 거센 소리로 이뤄져 있고, 된소리는 Shift 키를 눌러 입력하게 되어있다. 모음의 경우, 최대한 단순한 형태의 모음으로 구성이 되어있고, 굳이 규칙을 찾자면 모양이 비슷한 모음끼리 모아놨다는 것이다(YH, BN, UJ, IK, OP는 서로 붙어있는 키들이면서 형태상 모음이 비슷하다).


           이러한 방식은 우리가 한글을 배울 때의 가장 기본적인 방식과 유사하다는 데에서 그 편리성이 생긴다. 다른 말로, 초종성의 구분이 없기 때문에 처음 자리를 외울 때 유리하다는 뜻이다. 일례로, ‘이라는 글자를 타이핑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ㄴ 에 해당하는 자리와 ㅜ 에 해당하는 자리만을 외워주면 타이핑을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장점은 처음 사용자들의 입문에 있어 굉장한 시간적 절약을 보장해주며, 이는 곧 컴퓨터로의 빠른 접근으로 이어진다는 데에 있다. 또한, 이러한 한글 자판은 프로그래머들에게 편리함을 더해준다. 또한, 숫자판에서 Shift 키를 눌렀을 때의 특수문자나 여러 종류의 괄호들, 역슬래시, 슬래시, 콜론, 세미콜론, 물음표, 온점, 반점 등의 모든 기호들이 영어의 QWERTY 자판과 완벽하게 호환(\제외)된다는 점에서 도움이 된다. , 한글 타자에서 익힌 특수문자의 자리를 전혀 바꿀 필요가 없이 한글 타자에서도 자연스럽게 적용시킬 수 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하지만, 두벌식 자판은 굉장히 치명적인 약점이 한 가지 있다. 여러 방면에서 드러나는 두벌식 자판의 단점은 바로 효율성이다. 우선적으로 타이핑에서의 물리적 효율성 문제가 있다. 두벌식은 전두환 정권에 의해 특별한 이유가 없이 표준이 된 자판이므로, 실제 타이핑 환경을 고려하여 만든 것이 아닌, 그저 자모음 단순 배열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1][i] 실제로 한글 구조를 보게 되면 대체로 종성에서도 자음이 쓰이므로 자음의 타이핑이 모음보다는 많다고 볼 수 있는데, 오른손잡이가 많은 한국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두벌식 자판에서는 자주 타이핑되는 자음이 왼손 자리에 위치해 있다.[2] 이러한 단순한 배치부터 시작하여, 문장에서 자주 등장하는 ㅆ 등을 고려했을 때, Shift의 사용 빈도가 높다는 것이다. 앞으로 비교할 세벌식과 비교를 할 경우, 타이핑에 있어 세벌식은 Shift를 사용하는 빈도가 1%인데 반해, 두벌식은 Shift의 사용빈도가 무려 20%에 달한다. 대체로 ㅆ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인데, 이 또한 왼손의 Shift를 사용하므로 왼손에 상당한 무리가 간다는 말이 된다. 또한 종성이 있는 글자를 입력할 경우 왼손-오른손의 타이핑을 거치고 다시 왼손으로 돌아가 타이핑에서 효율성에 문제가 생기게 되고, 나아가서는 도깨비불 현상으로 인한 오타를 불러 일으키게 된다. 정리하자면, 두벌식 자판은 왼손과 오른손의 타이핑 빈도가 균등하지 않아 물리적으로 신체에 상당한 피로를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물리적인 문제점 외에도, 도깨비불현상이라는 문서 작업 내에서의 효율성 문제도 존재한다. 도깨비불현상은 다른 말로 終聲優先現像이라고도 하는데, 말 그대로 자음이 입력되었을 경우 모음 입력 전까지 초성보다는 종성으로 인식한다는 뜻이다. 일례로 왼쪽과 같은 단어를 친다고 가정해보면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된다.    

 

ㅇ 입력

ㅗ 입력

ㅣ 입력

ㄴ 입력

ㅈ 입력

왽ㅈ

ㅈ 입력

왽조

ㅗ 입력

왽족

ㄱ 입력

1 두벌식 입력 과정(도깨비불 현상)

 

           현재 두벌식 자판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경우를 목격한 일이 드물 것이다. 이는 한글 오토마타를 적용한 타이핑으로, 쌍자음을 입력할 때는 자음을 연속으로 타이핑을 하게 만든 오토마타 방식이다. 하지만 두벌식 자판에서는 이러한 한글 쓰기 방식을 적용한 순수한 오토마타의 구현은 불가능하며, 오히려 위와 같은 종성 우선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Shift 키와 종성인지 초성인지 인식하는 루틴이 따로 포함이 되어야 하는 큰 단점이 있다.


여담으로, 이러한 타이핑 방식으로 인해 의미 변화가 생기는 경우도 있는데, ‘나 오늘 생일이야, 선물은 없어?’나 오늘 생ㅇ리야, 선물은 ㅇ벗어?’ 라는 묘한 의미를 가진 문장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농담 또한 두벌식만의 재미라면 재미일 것이다. 하지만, 정석적인 타이핑에서는 문법적인 오류라는 문제를 초래하는, 두벌식만의 심각한 문제라고 봐야 한다.


설계적인 측면에서 덧붙여 말하자면 글쇠만 두벌식이지, 실제로는 중성 입력 여부에 따라 초성이 될지 종성이 될지를 구별해야 하는 루틴이 들어가게 되는데, 이로 인해 결과 표시 체계는 세벌식과 같다. 한마디로, 굉장히 위선적이다. 이로 인해 각 글자[3]에 해당하는 표시값들을 전부 보유해야 하는 극도의 비효율성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1] 정확히는 네벌식 자판을 계승하여 초/종성의 구별을 없앤 것이나, 네벌식 또한 빈도를 고려한 배열이 아니었다.

[2] 여담으로 두벌식에서 사용하는 ㅠ 키(B)는 다른 타자(영타, 세벌식 등등)에선 왼손 담당자리인데 한글 두벌식 타이핑 상 오른손이 가져가 오른손이 애꿎게 피곤하다는 말도 있다.

[3] 자모가 아니다. 글자다. , , 종성 값이 다른 세벌식과는 달리 두벌식은 음운 단위로 다시 글자를 표시해줘야 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i] 다음은 두벌식의 전신인 네벌식 자판 개발자( 15 11)들의 말이다.

#김상봉(심의위원,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 기술고문) : 3개월만에 표준자판을 만들라는 주무 담당관의 지시가 있었는데, 이는 애당초 무리였다. 정부가 무리한 요구를 했지만 까라면 까야지 뭐

#이창우(심의위원, 성균관대학교 교수) : 글자판 그 자체는 아무런 결함이 없다. 일부 단체에서 오타율이 심하다고 비판하는데, 이것은 사전에 인정했다. 멀쩡은 하지만 오타 심하다는 거 맞음

#강명순(심의위원, 한국 기술사회 기술사) : 사용자, 즉 타자학원이나 강사가 타자 피교육자들이 선택, 평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알 바 아님. 쓰면 된 거지 뭐. 다수결 몰라?

#최징호(심의위원, 전기통신연구소 통신기자) : 그 당시 나는 본 연구소 대표로 참가했으나, 타자기는 전문분야가 아니므로 실질적인 심의 연구에는 참가하지 못한 셈이다. 난 연구 안함

#유병택(심의위원, 특허국 심사관) : 나는 타자기 전공은 아니다. 관공서를 출입하다 보니 관심을 갖게 되었고난 타자기 잘 모르는데 시키니까 했지

#오현위(심의위원, 대한 전자공학회 회장) : 그 당시 의견이 있으면 말해달라는 위촉이 있어 잠시 참가했는데, 이제는 기억이 없고 타자기 전문이 아니라서 장단점을 논하기 어렵다.

난 기억이 안 나는데(유체이탈 화법), 근데 솔직히 나도 잘 모름

#윤덕규(심의위원, 국립공업연구소 기계공작 과장) : 나는 타자기 전문가가 아니고, 기계학을 연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타자기 글자판에 계속 몰두하지 않아, 개인적인 의견을 충분히 말할 수 없다. 타자고 글쇠고 난 잘 모르고 타자기 제작은 거 잠깐 한번 해본 거야

#박수명(심의위원, 대한 정밀 기계센터 기술부장) : 나는 타자기 전문가가 아닌 정밀기계 공학자로서 선정, 참가하게 되었는데, 나는 전문가가 아니어서 주관적인 견해를 표시할 수 없으나

글쇠 배열 그딴 거 모르고 그냥 타자기라는게 잘 굴러가는지만 확인하는 일을 했어

#이윤표(심의위원, 중앙일보사 공무부장) : 나는 활자 디자인 전공으로 그 당시 심의위원에 위촉된 것으로 아는데, 타자기 연구는 전문이 아니다. 글씨체 디자인 담당이라 잘 모르겠다.

#남준우(심의위원, 한국 과학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 : 현행 표준 자판에 결함 여부는 지적할 수 없는데, 그 이유는 타자기에 관해 계속 연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확실한 답변을 할 수가 없다.

, 두벌식은 연구가 안된 그, 하나의 자판이야. 그러니 모른다고 할 수 밖에 없잖아?

#안인식(심의위원, 대한 공론사 기사) : 국무총리 훈령 81호 표준 자판이 시행되고 있는 작금에글자판 일부 모순점을 두고 왈가왈부 한다는 것은 전근대적인 사고 방식의 소치라고 본다.

아 거 귀찮게 왜들 그래. 다들 쓰는데 그냥 잔소리 말고 좀 써. 기껏 새 자판 만들어 줬더니

     네벌식 자판은 다른 의의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가 있는데, 이는 벌수의 다양화로 좀 더 깔끔하게 한글이 찍히게 만들 수가 있었다. 실제로, 당시에는 다섯벌까지 존재하였는데, 세벌식의 글씨가 가장 더럽고(상황별로 초,,종성의 위치가 바뀌지 않는 자판이기 때문), 다섯벌이 가장 깔끔하다. 하지만 여전히 비효율적으로 통계적인 수치는 무시한 것이기 때문에 타이핑은 굉장히 힘들었다.

     하지만 이 자판 배열이 그대로 두벌식이 되었다는 점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참고자료1 네벌식 자판 제정 당시의 公論





참고자료2 한글 네벌식 자판과 세벌식/네벌식 타자기의 입력결과(글꼴)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