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은 공식적인 전자[1] 세벌식 자판의 가장 첫 판인 세벌식 390[2]에 대해서 다루고자 한다. 세벌식 390은 세벌식을 의미하는 숫자 3과 90년에 발표되었음을 의미하는 숫자 세 자리로 구성되어있다. 390 이전에도 389라는 89년도에 발표된 것이 있었으나, 390의 발표로 389는 개발 단계 상의 자판이 되었다(현재 389 자판은 존재하지 않음). 우선 390 자판의 배열을 살펴보자.
Figure 2 세벌식 390
위 그림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색깔일 것이다. 위의 자판은 크게 네 가지 색으로 분류가 되어있다. 위에서 초록색은 초성, 노란색과 주황색은 중성, 빨간색은 종성을 의미한다. 390에서 가장 눈 여겨 보아야 할 것[3]은 바로 숫자와 특수기호 입력이다. 숫자의 경우, Shift 키를 눌렀을 때 일반 글자판 위에서 입력이 가능한데, 키의 배열이 일반 키보드에 존재하는 숫자 키패드와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숫자를 상당히 유용하게 입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편리하다. 또한, 특수기호의 경우, 완벽한 호환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특수기호가 QWERTY에서의 배치와 같으며, 한글에서는 잘 쓰지 않는 세미콜론이나 슬래시가 안쪽으로 들어와있고, 자주 쓰이는 느낌표는 QWERTY 자판의 B의 위치에 놓여 숫자 1 자리를 눌러야 되는 두벌식 자판보다 훨씬 편리한 국어 타이핑을 할 수가 있다. 390 키보드는 이러한 이유로 한글과 영어 간의 타자 전환이 자유로워야 하는 프로그래머들로부터 상당한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390에는 세벌식 키보드 치고는 상당히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겹받침의 문제다. 390을 자세히 보게 되면 Shift를
눌러도 나오지 않는 겹받침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ㄳ 받침이다. 이러한
자판은 생각보다 자주 쓰이게 되는 받침 중에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390에서는 해당 키 값이 존재하지
않아 ㄱ 과 ㅅ 을 따로 타이핑을 해줘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심지어 이는 QWERTY자판 기준으로 X와 Q를
눌러야 하기 때문에 두벌식보다도 심한 비효율성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단점을 개발해서 나온 것이 바로 세벌식 최종[4] 키보드다. 최종 자판은 공 박사가
91년에 발표하여 391 자판으로도 불리며, 공
박사의 마지막 작품[5]이기
때문에 최종이라 불린다. 즉, 최종이라고 해서 390보다 낫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뜻이다. 우선 최종 자판의 배열부터
소개를 하면 다음과 같다
Figure 3 세벌식 최종
위의
표는 390 표와는 읽는 법이 약간은 다른데, 초록색은 오른손이
치는 부분, 따뜻한 색은 왼손이 치는 부분이다. 390과
가장 대비되는 점은 바로 겹받침의 입력과 특수문자, 숫자의 배치이다.
우선적으로, 최종 자판엔 모든 받침이 존재한다. 모든 겹받침들이 Shift를 누르면 되는 곳에 할당이 되어있어, Shift 조합만으로도 모든 자음을 입력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390의 경우 ㄳ 를 입력하기 위해선 영타 기준 X와 Q를 입력하는 비경제적인 위치 이동이 필요했지만 최종은 Shift + V 라는 조합으로 간단히 해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최종 자판에서도 390과 같이 중성에 있어서는 조합으로 만들 수 밖에 없다. 그러한 이유로 최종 또한 모음 중 합성이 되는 모음의 경우는 /나 9에 위치하여 왼손의 부담감을 최소화하였다.
최종은 또한 특수문자와 숫자의 입력이 다르다. 이러한 점은 최종 자판의 단점 중 하나인데, 기본적인 문장 부호는 물론, 괄호의 종류와 위치가 바뀌었고, 숫자는 일렬 배열로 바뀌어 있다.[6] 이러한 배치는 QWERTY나 두벌식, 390과는 많은 차이가 있어 처음 익힐 때에는 상당한 인내심이 요구되곤 한다.
참고로, 세벌식 최종 자판은 필자가 현재 이용 중인 자판으로, 390을 쓰다 최종으로 넘어오게 되었다. 이유는 최종 자판에서의 겹받침 입력 때문이었는데, 390에서 얻을 수 있는 특수문자와 숫자의 장점은 최종 자판에 익숙해지면 상관이 없는 일이었고[7], 오히려 최종만의 다양한 종성 입력을 통해 훨씬 안정적인 한글 타자가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두벌식과 390, 최종을 모두 사용한 필자의 경험으로는 최종 배열이 한글 타자에 가장 적합한 배열이라고 생각한다.
[1] 앞서 말했듯, 공 박사는 40년대에도 세벌식 타자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기계식 수동 타자기에 적용된 것이라는 사실에 주목하자
[2] 세벌식 390은 1950년대의 공병우 수동타자기에서 유래했는데, 사무용 자판으로 들어진 것이라 한다. 실제로 390자판은 영문자판의 기호를 대부분 담았고, 이는 VI환경의 PC에서 상당히 유용했다 한다. 이 자판은 나중에 3-2012자판으로 이어진다. 또한 古語입력을 위한 옛한글 자판이나 No-Shift 방식이 390을 베이스로 제작되었다. 390은 즉 세벌식을 적용한 범용 자판인 셈이다.
[3] 최종 자판과의 차이점들이다.
[4] 세벌식 최종의 경우 세벌식 390과는 달리 문장용으로 나온 자판이다. 일단 사무에서 쓰일 법한 특수기호들은 전부 제해진 데에 반해, 390에서는 없는 모든 받침들이 추가되었고, 문학에서 자주 쓰이던 꺾쇠 기호나 ※ 기호가 들어가있다. 실제로 391(최종)자판의 경우 문인들의 요구와 제안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는 3-2011자판으로 이어지게 된다.
[5] 공 박사는 391자판을 최종으로 돌아가셨다. 즉 391이 공 박사의 최종 작품(遺作)이니 최종인 것이다. Last Version이지 Final Patch가 아니라는 것을 꼭 주의하고 명심하자.
[6] 필자는 개인적으로 최종 자판의 숫자 입력이 훨씬 편하다고 느껴진다. 즉, 편하고 말고는 개인차가 존재하는 듯 하나, 일단은 불편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인 듯 하다.
[7] 심지어 영타로 바꿔서 쳐도 상관이 없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었다.
'느긋하게 살아보자 > 세벌식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출처 (1) | 2015.10.18 |
---|---|
-5 (두·세벌식 자판의 비교와 표준에 대한 의견) (4) | 2015.10.18 |
-4 (세벌식 자판의 단점) (3) | 2015.10.18 |
-2 (세벌식의 모아치기) (0) | 2015.10.18 |
-1 (서론부터 두벌식까지) (1) | 2015.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