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세벌식 자판의 단점)
물론 세벌식 자판에서도 단점은 존재한다.[1][i] 이번 글을 쓰게 되면서 크게 느낀 점인데, 빈도가 가장 잦은 받침 중에 하나인 ㅆ 은 QWERTY자판을 기준으로 숫자 2 자리에 위치하며, 또 다른 받침인 ㅂ 은 숫자 3 자리에 위치하여 문장 입력에서 은근한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ㅆ 의 경우, 세벌식의 확장된 자리에 익숙해진다면 상관이 없게 되는데 익숙해지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소요되는 문제가 있다. 문제는 받침 ㅂ 인데 이는 ‘입니다’와 같이 주로 모음 ㅣ 와 함께 입력을 하는 경우가 잦다. 문제는 세벌식 자판의 모음 ㅣ 는 세 번째 손가락으로 입력하게 되어있어 왼손 세 번째 손가락이 연속으로 자리를 옮겨야 하는 문제가 있다.
또 오른쪽에서 왼쪽이라는 진행 방향이 좀 헷갈린다. 세벌식에서는 타자 방향이 오른쪽에서 왼쪽이다. 방향성이 항상 일정하다는 특징은 리듬감이라는 것을 제공하지만, 방향성보다는 방향 자체가 약간의 오류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한글을 쓰고 읽는 방향은 왼쪽에서 오른쪽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세벌식의 타자 방향이 오른쪽에서 출발하는 이유는 수동식 타자기의 특성에서 기인한 것인데 초성이 왼쪽에 있을 경우 활자가 꼬이는 사태가 벌어진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아예 시작 지점을 오른손으로 한 것인데 한글을 쓰며 생긴 왼-오 습관이나 두벌식 타자를 하며 생긴 왼-오 습관 때문에 세벌식에서 타이핑을 하다 보면 가끔 습관적으로 왼쪽에서 시작할 때가 많다. 그러한 이유로 세벌식에서는 초/중성의 순서가 뒤바뀌어도 제대로 입력되게 해주는 모아치기[2]가 지원 되는데, 실제 세벌식에서 얻을 수 있는 리듬감을 고려하면 入門者는 이 기능을 제하고 쓰는 것이 맞다. 아무래도 공 세벌식이 수동타자기부터 컴퓨터까지의 범용 호환성을 고려해서 만든 것이다 보니 이러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실제로 세벌식 개정안에서 가장 먼저 고려되는 것이 방향성의 개선 문제다. 이는 세벌식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좀 나은 편이다.
이러한 글자판 문제 외에도 생기는 문제로는 기억 문제다. 세벌식 390의 경우는 상관이 없으나 세벌식 최종의 경우에는 자주 쓰이지 않는 받침 자리가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자판은 실생활에서 쳐가면서 익혀 가는 것이 제일 좋다는 것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자판 연습을 한컴타자로만 한 사람은 없을 것이고, 대부분은 채팅이나 보고서 작성 등의 실제 활용을 통해 익숙하게 된 경우일 것이다. 하지만 자주 쓰이지 않는 받침인 ㄳ 이나 ㄿ, ㄾ, ㄼ 등은 자리를 외우기가 심히 난감하다. ㄳ 까지는 다행히도 외워지지 만, ㄾ 의 경우에는 핥다 등에서 쓰이는 받침인데 가끔은 기억이 나지 않아 따로 치곤 한다. ㄹ 과 합쳐져 받침이 되는 경우는 무려 6가지인데(ㄿㄾㅀㄽㄼㄻ, 현대국어서 겹받침은 ㄲㄺㅆㄿㄾㄽㅀㄵㄼㄻㄳㅄㄶ로 13개), 왜 그랬는지는 몰라도 한데 몰려있어 심히 헷갈린다(영타 기준 4,5,R,T,D,F).
또 다른 문제로는 할당과 자리 문제다. 세벌식 자판이 만들어진 때와 현대의 한국어는 여러모로 큰 차이를 보인다. 특별히, 현대에는 채팅과 이모티콘이라는 표준 한국어 외에도 새로운 작성 방식을 요하는 것들이 많다. 이러한 것에서 자주 쓰이는 것은 ;과 –이다. -_-;;는 우리가 상당히 많이 이용하는 이모티콘 중에 하나다. 하지만 세벌식에서는 _이 존재하지 않으며, -의 위치 또한 N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자리에 위치하고 있고, 세벌식에서는 –자리에 괄호 등이 위치해있다. 이는 정석적인 한글 타이핑에서는 편리함을 자랑하나, 실생활의 채팅 등에서도 정석적인 한글 입력을 할 수 밖에 없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또한 엑셀과 같이 한글 입력 작업과 수학연산기호 등을 자주 입력해야 되는 작업에서도 상당한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이는 최종 배열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데(390은 큰 문제 없음), 한글 입력에서의 속도를 취한만큼 특수기호가 버려진 것이라 일장일단을 취한 셈이다. 하지만, 현대 컴퓨터 작업에서의 특수문자 키의 부재는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만은 틀림이 없다.
한글 자체로는 편리한 자리에 빈도가 낮은 글쇠가 있기도 하다. 일례로 현대 한국어에서 ㄽ 받침은 고작 곬, 옰 두 단어에만 쓰인다(돐은 돌로 개정).[3]
하지만 새끼 손가락과 검지라는 가장 편리한 조합[4]으로
누를 수 있는 Shift+T에 ㄽ 이 배당돼있다. 뿐만 아니라 Shift+V에는 ㄳ 이 위치하는데, 이는 삯, 몫, 넋 외에는 찾기 힘들다. 이
외에도 입력이 상당히 용이한 Shift+ 4 자리에는 ‘읊다’에만 쓰이는 ㄿ 받침이 존재하고 있다.[5]
이는 세벌식 자판이 만들어진 때와 현대의 한국어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이러한
단점을 개선해 ㅆ 등의 위치를 훨씬 편리한 곳에 배치한 신세벌식이나 no-shift방식(순아래) 등이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물론 이러한 방식은 아주 약간의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써, 장점과 비교한다면 그 문제는
아주 미미하다.
물론 가장 중요하게 문제가 되는 점은 외우는 문제다. 아무래도 두벌식은 자, 모음을 외우는 것이니 그 ‘스물 넉자’의 배열만 외우면 된다. 하지만 세벌식은 종성의 각기 다른 형태와 최종 같은 경우 특수문자도 새로 외워야 하니 입문 시 애로 사항이 많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세벌식 자판을 보고 ‘복잡하다’라는 평을 내놓는 것에 반해, 필자가 두벌식 자판을 보게 되면 ‘허전하다’라는 생각뿐만 아니라 ‘복잡하다’는 생각도 같이 하게 된다. 즉, 이건 뭐에 익숙하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복잡해 보인다고 입문 시도를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 판단된다.[6]
[1] 尾註에 첨부한 표는 국립국어원에서 조사한 빈도수 표로, 이를 참조하자. 실제로 ㅅ 받침보다는 ㅆ 이 더 많이 쓰임을 알 수 있다.
[2] 초/중/종성이 순서가 뒤바뀌어도 상관없는 동시치기와는 다른 루틴이다. 동시치기는 안마태 자판에서 처음 선보였고, 공 세벌식은 원래부터 모아치기만이 지원되었었다. 수동 타자기에서 전자동 시대로 넘어오며 공 세벌식에서도 동시치기가 확장 지원되게 된 것이다.
[3] 국립국어원에 의한 표준어에서는 그렇다고 한다.
[4] Shift와 조합하기엔 무명지와 같은 손가락보다는 중지나 검지가 손가락 높낮이 상 유리하다.
[5] 현대표준어에서는 그렇다고 한다. 미주의 표를 보면 최하 빈도수다. 심지어 ㄽ 은 논외 대상
[6] 본문을 작성하며 두벌식에서 글쇠를 찾느라 짜증이 밀려왔지만 세벌식에서는 오히려 두벌식보다 한눈에 들어오는 가독성을 느꼈었다. 그냥 진짜 어디에 익숙하냐의 차이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