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하게 살아보자/세벌식이야기

-2 (세벌식의 모아치기)

활쟁이 2015. 10. 18. 22:45

           다음부터는 본격적으로 세벌식에 대해서 설명을 할 것이다. 세벌식 자판은 두벌식 자판과는 다르게 그 계열과 종류가 상당히 다양한데, 이는 세벌식이라는 단어 자체가 한가지 자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초·중·종성을 구별해서 치는 방식을 의미[1]하기 때문이다. 두벌식 또한 자음과 모음으로 구별한다는 뜻에서 이름이 붙었는데, 두벌식은 한글 표준 자판이라는 명칭을 애초부터 달고 국가에서 제작한 자판이다 보니 다른 버전이 존재하지 않는다.[2][i] 한편, 세벌식은 십 수 가지에 달하는 종류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세벌식이라 함은 공병우 식 세벌식 자판을 의미한다. 본 글에서는 세벌식 자판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공병우 계열의 세벌식인 390 자판과 최종 자판에 대해서만 서술할 것이다.


우선적으로 모든 세벌식 자판의 특징이자 장점인 것들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지나갈 것이다. 세벌식 자판은 일반적으로 한글 창제의 원리를 담고 있다고들 말한다. , 한글의 특징이라 볼 수 있는 방식 중 하나인 초·중·종성 방식을 활용하였다는 것인데, 실제 타이핑을 해보면 한글을 쓰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세벌식 자판은 앞서 말했듯 초·중·종성을 구별해서 타이핑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구별은 한글 읽기와 같다. 처음 한글을 읽을 때 우리는 초성에 해당하는 자음, 중성에 해당하는 모음을 읽고 받침의 유무에 따라 받침 자리에 있는 자음을 읽어주는 방식을 취한다. 한글을 쓸 때에도 영어와 같이 일렬로 늘어놓는 것이 아닌 합치는 방식으로, 모양은 같아도 자리가 다르면 다른 소리 값을 주는 방식이다. 세벌식 타이핑도 이와 같다. 각 자리에 해당하는 값이 전부 따로 있기 때문에 도깨비불 현상이 일어나지도 않고 실제 한글을 쓰고 읽는 방식과 동일한 것이다. 다시 말해, 아무리 형태상으로 동등한 자음이더라도 초성이냐 종성이냐에 따라 해당하는 키 값이 다르다는 뜻이다. 이러한 구성은 모든 세벌식 자판에서 동일하며, 공병우 계열에서는 중성과 종성이 왼손, 초성이 오른손에 의해 타이핑되게 돼있다. 예시로, 모짜렐라[3]를 타이핑 한다면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ㅁ 입력

ㅗ 입력

모ㅈ

ㅈ 입력

모ㅉ

ㅈ 입력 (연타)

모짜

ㅏ 입력

모짜ㄹ

ㄹ 입력

모짜레

ㅔ 입력

모짜렐

(받침) 입력

모짜렐ㄹ

ㄹ 입력

모짜렐라

ㅏ 입력

2 세벌식 입력 과정

 

세벌식 입력은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우선 다음과 같은 점에서 유리하다.

1.     도깨비불현상이 일어나지 않아 모짤레라 등의 오탈자가 생기지 않는다.

2.     렐의 경우 ㄹ 을 같은 자리에서 왼손-오른손-왼손의 과정을 거치지 않아 편하다.

A.     이는 연타율을 줄여 피로도를 감소시킨다.

B.      도깨비불현상이 없는 이유가 된다.

C.      , , 종을 좌우로 나눠 놓은 자판이라 소위 드르륵이라는 리듬감이 생긴다.

                                  i.         두벌식은 왼--()이지만 세벌식은 무조건 오-왼이기 때문이다.

                                 ii.         연속으로 칠 경우 두벌식은 왼----오 와 같이 중복이지만 세벌식은 무조건 오---왼 식이 된다.[4]

3.     ㅉ 과 같은 쌍자음을 입력할 땐, 두 번 연타를 하면 되기에 Shift로부터 자유롭다.

4.     위에선 나타나지 않았지만, 종성 ㅆ 이 따로 배정되어있어, 문장 입력 시 용이하다.


세벌식 자판은 위와 같은 것이 가장 기본적인 장점이자 특징으로 작용한다. 만약 이 입력 순서와 방식을 두벌식에서 따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표로 적어보았다.


ㅁ 입력

ㅗ 입력

ㅈ 입력

몾ㅈ

ㅈ 입력 (연타)

몾자

ㅏ 입력

몾잘

ㄹ 입력

몾자레

ㅔ 입력

몾자렐

(받침) 입력

몾자렐ㄹ

ㄹ 입력

몾자렐라

ㅏ 입력

3 두벌식에 정상적인 한글 오토마타를 적용했을 경우

 

물론 이는 정석적으로 잘 타이핑을 했을 때의 일이고 ㄹ 을 두 번 연타할 때 손가락이라도 꼬이면 도저히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이 뭉개진 모짜렐라가 되어버리게 된다.


다시 세벌식으로 돌아와 말하자면, 이렇게 초성과 종성, 중성에 해당하는 키 값들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동시치기라는 것이 가능하다. , ‘한글이라는 단어를 입력할 때, 두벌식은 초성과 종성의 구분이 없기 때문에 각각의 순서를 잘 지켜서 쳐야 하지만, 세벌식에서는 어차피 키보드에서 초성과 종성을 구별하기 때문에 한번에 ㅎ 과 ㅏ , 그리고 받침 ㄴ 을 쳐주면 알아서 이라는 글자로 입력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입력이 가능하다. 이러한 입력 방식은 한글 입력 속도를 빠르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동시치기의 이해를 돕자면 다음과 같다.

 

입력방법

두벌식 결과

입력방법(받침)

세벌식 결과

++

++

++

ㅎ나

++

++

ㅏㅎㄴ

++

++

ㅏㄴㅎ

++

++

++

++

ㄴ하

++

4 두벌식과 세벌식의 동시치기 비교

 

동시치기를 하지 않은 세벌식 타자의 경우에도 초·종성 중복방지[5]와 모든 자·모음 구성이라는 특성을 이용해 두벌식 타자보다 향상된 작업속도를 보이며, 세벌식과 동시치기에 모두 익숙해지면 대체로 200%까지 향상된 속도를 보여줄 수가 있다고 한다.[6]


세벌식의 일반적인 특성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이제 세벌식의 다양한 종류 중, 공병우 계열의 세벌식 입력기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공병우 계열은 크게 세벌식 390과 세벌식 최종으로 구별이 되는데, 현재 세벌식 사용자들의 45%정도가 390, 45%는 최종을, 나머지는 기타 세벌식 자판(안마태, 신세벌식 등)을 사용한다. 공병우 계열에 속하는 390과 최종은 세벌식 자판의 주류인데, 약간의 차이점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본 글에서는 세벌식 자판의 주류인 390과 최종에 대해 다룰 생각이다.



[1] 네벌식 자판의 경우 첫닿소리/끝닿소리/받침 붙는 홀소리/받침 안 붙는 홀소리로 나뉘기 때문에 네벌식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2] 북한에서도 두벌식 자판을 사용하지만, 우리(KS X 5002)와는 다른 배열이며, 북한은 헌법상 괴뢰단체이기 때문에 두벌식의 또 다른 표준이 아니다. 그래도 궁금할 사람을 위해 참고자료 3에 첨부를 하였다.

[3] 필자는 치즈를 매우 좋아해서 설명에 부합하는 단어를 찾다 보니 저 단어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4] 이는 세벌식에서의 피로도가 낮은 이유가 된다. 필자는 왼쪽 손목에 피아노를 무리해서 치다 생긴 만성 염증이 있다.  때문에 장시간 타이핑을 하면 상당히 피로했었는데, 세벌식으로 바꾼 후에는 장시간 타이핑 후에도 별다른 피로감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5] 자음의 연타가 있을 때 도깨비불현상으로 인한 오타가 없다는 똣이다.

[6] 필자의 경우 270타에서 320타까지 향상되었는데, 피로감 또한 急減하였다.



[i]

참고자료3 북한의 두벌식 자판 배열(, 조선컴퓨터센터 )과 한국의 두벌식 자판 배열(아래)